아인이가 어린이집을 그만뒀다.
정확히는 짤렸다.
몇달전부터 3,4번정도, 장난인지 위협인지 모르겠지만 친구들 눈을 찌른다는 얘기를 원장으로부터 전해들었다.
그럴때면 안된다고 주의를 주었고, 또한번 그랬을땐 훈육을 했고, 3번째인가는 집에서도 주의를 주겠지만 내가 현장에서 직접 주의줄수 있는게 아니니 선생님도 이런일이 생길즉시 엄하게 훈육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섞여 놀다보면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고..몇번인가는 멍이 들어 오기도 했기때문에 솔직히 대수롭지않게 생각했다. 눈이라고 하면 위험하니까 절대 안된다고 가르치는 정도..
그런데 지난주에 아인이 하원시간이 되어 어린이집을 방문했더니 원장이 사색이 된 표정으로 상담을 요청하더니 한달만 아인이를 집에서 데리고 있으면 안되겠냐고. 곧 울것같은 표정으로 얘기하는거였다.
대치상황도, 기분이 상하거나 싸운 상황도 아니었는데 친구 눈을 찌르려 했다는거다.
담임선생님의 기록장에 의하면 '00이 눈에 손이 가서 안된다고 하니 머리를 잡아당겼다-'고 씌여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상황도 상황이거니와, 왜 원장이 이렇게까지 오버를 하는지 이해할수 없었다.
내가 너무 안이한가? 물론 눈을 찌르는건 절대 위험한 일이라는건 안다. 하지만 아이가 이유없이 행동하는일은 없다고 생각하기때문에...선생님이 볼때는 아무 이유없이 그런거지만 아이들끼리는 그 전이든, 또는 몇일 전이든 마음이 상했거나 싸웠거나, 어떤 이유로든 감정이 있어서 그런게 아닌가..라고 생각했다는거다.
내게 이러쿵 저러쿵 얘기할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유심히, 자세히 관찰하고 잘못된 행동은 바로잡아 주는것이 먼저일텐데 원장은 대뜸 나에게 심리상담이나 소아정신과 상담을 권유한다. 이런 행동은 4세 아이에게 나오는 행동이 아니라는것.
그러면서 하는말이, 소아정신과 상담은 기록에 남으니 꺼려지신다면...이란다.
휴...
1년 가까이 믿고 아이를 맡긴곳이었다.
인자하지만 엄격하고 또 자세하게 아이를 관찰하고 세심하게 얘기해주는 점에 믿음을 갖고 다녔는데
신뢰는 어렵사리 쌓이지만 깨지는건 한순간..
그럼 한달이 지난 이후에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때도 선생님은 아이를 돌려보내실건가요?
물으니 짐짓 당황하며 그럴수밖에 없지않느냐는 대답에 바로 마음이 정리되었다.
더이상 이곳에 아이를 맡기고 싶지 않았다.
따지고보면 엄마욕심이었다. 내가 좀더 내 시간을 갖고 싶다, 내가 좀더 편하고 싶다는 생각에
작년엔 갑자기 일이 많아 다른선택이 없었다지만 일이 끝난 이후에는 중간에 그만두기도 뭣하고
아인이도 마침 잘 적응해 있었고 여러가지 체험이나 교육들을 많이 해주니까 여기다만 맡기면 내가 따로 할게 없어 편했던게다.
그랬을리야 없겠다 생각하지만 아인이가 눈찌르는 행동을 보이고나서 느꼈을 주변의 경계심이나 그 분위기를 생각하면 일찌감치 알아채고 정리하지 못한것이 너무너무 미안하다.
그건 그렇고,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가 궁금하다. 왜 그랬니 물으면 정리가 안된 엉뚱한 말을 하는 아인이..
아직은 자신의 마음이나 상황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게 이렇게 답답할수가 없다.
네가 어떤 상황에 처했었고 어떤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겪어야 하는 일들이란...
이렇게 매정하게 거부당하고 아이가 느낄 상처는 어떨지 나로선 짐작할수가 없다.
아인이에게 물었다.
-아인아 왜 어린이집 안가는줄 아니?
-아인이가 실외기 얘기하고 .. 장난쳐서요..
(요즘 에어컨과 실외기 얘기에 정신이 팔려서..;;밥먹다가도 길을 가다가도 실외기에서 관심이 떨어지질 않는다.;;;;;)
-아니야. 겨울이면 아인이 계속 감기걸려서 엄마가 더 많이 놀아주고 같이 있으려고 안가는거야.
라고 말해주는데 가슴이 저린다.
심리상담센터에서는 만 36개월 이상은 되어야 질의응답식의 상담을 할수있다고 한다.
지금 상담하게 된다면 아이가 정상적인 발달과정을 따르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정도.. 덧붙여 만 3-4세의 아이는 눈, 코, 입등에 호기심이 많아 그런일이 흔하고, 그럴때면 지나치게 관심을 주거나 대응하는것이 오히려 관심을 끄는 행위로 인식될수 있다고 한다.
상담소에서 이런 답변을 받고나서야 나는..어린이집이 아이를 대신 봐주는 곳이지 전문가는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암튼 지난 일주일은 아인이와 어떻게, 무엇을 하고 놀아줄지 정보를 찾고 스케줄을 잡느라 정신없었다. 이럴때면 일꺼리까지 넘친다.-_-
친정엄마 손을 빌릴수밖에 없는 이 처지가 괴롭지만..일이 끝나는대로 이제 한동안 쉬면서
내년 봄이 되기전까지 아인이와 잘~놀아줄 참이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빨리 커주길 고대한다.
커뮤니케이션이 될수 있을 그날이 빨리 오길...
그래서 우리 둘이 말이 안통해서 답답한 이 상황이 어여 끝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