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심히 보고있는 미국 드라마가 있는데 바로 [그레이 아나토미]이다.
요즘 [외과의사 봉달희]가 표절한 드라마로 알려졌는가본데, 내 생각엔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스토리나 비주얼 정도만 표절할수 있을뿐, 그 깊이와 철학까지 표절할수는 없을거라고 본다. 시즌3을 보면, 사고로 총상을 입게 된 버크가 크리스티나와 암묵적인 합의 하에 오른손 이상을 숨기고 복직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은퇴를 앞둔 외과 과장이 버크를 차기 외과과장으로 추천하고..버크는 꿈에도 그리던 일을 이루기 직전이다.
전 시즌에서 알수있는바와 같이 버크는 외과의로서의 자신감과 긍지가 대단하고 정의롭기까지 하다. 의사로서 치명적일수 있는 수술 사고를 인정하는 장면에서는 그의 용기에 소름이 돋았다.
크리스티나는 고된 인턴수업중에도 버크를 돕기위해 심장수술 공부를 하고..계속해서 수술을 해야하는 상황이 닥치면서 그녀가 없이는 수술할수 없는 자신에 버크는 고뇌한다. 이제 잠깐 동안만 오른손 마비 사실을 숨기면 자신의 꿈을 이룰수 있다. 이 과정에서 버크와 크리스티나는 소리높여 싸우고 서로에게 돌이킬수없는 상처를 입힌다.
이 드라마의 몰입감은 대단하다. 나라면 저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비굴하게 굴복할까. 은근슬쩍 넘어갈까. 후배들앞에서 내 잘못을 인정하기란 죽기보다 싫다..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을만한 '피하고 싶은 상황'들이 매 회 수없이 펼쳐진다.
그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피하고, 숨고싶은일이 어디 한둘일까마는 그렇게 주저앉아 있다가 이제 일어서야 할때임을 인식한다. 그들이 일어섰을때 친구. 연인은 기꺼이 손을 잡아준다.
관계에 대해 이렇게 깊이있게 다루는-다루기 좋은- 드라마가 또 있을까.
그레이 아나토미에 열광할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나는 지금의 내 위치를 파악하고 인정하지 않으면 나아갈수가 없다.
나의 비겁함. 나의 부족함. 나의 나약함을 인정할때에야 비로소 스스로를 가엾고 불쌍히 여길수 있고 아끼고 사랑할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신을 믿게 되었다.
우리는 현실적인 나이만 먹었을뿐 진정으로 인생을 함께 할만한 덕목을 갖추지 못한건 아닐까.
내 삶의 가치는 (고요한) 열정이다. 용기이고 진실이다.
몇가지로 딱 부러지게 정의하긴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열정을 지니지 않은 사람은 사랑할수 없다.
한없이 철없는 가치관으로 미래를 함께 하기로 마음먹은 사람까지 용기를 잃게 만드는 그가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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