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을 만우절답게 보낸적이 기억에 없는거보면 나는 참 거짓말 안하고 잘 살아온것 같다. 지금 생각해봐도 학창시절의 만우절은 왜그렇게도 창의성이 없었는지 모르겠다. 반을 바꾸고, 책상을 돌려놓고..그게 참 뭔짓이었는지...(요즘도 그러고들 노나?)
올핸 이대로 보내기 웬지 아쉬워서 좋은 생각을 해냈다. 남편을 한번 속여보자~~그러나 이사람, 웬만한 얘기는 귓등으로도 안듣고 안믿는지라..금전적인 문제를 얘기하면 (<-이부분이 취약점)단박에 걸려들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문자를 한통 보냈다. "자기, 있잖아..내가 ◎◆주식이 사실은 몇만주인데 누가 몇천원에 팔라고 하네~ 어쩌지?"
실은 내가, 비상장이지만 비교적 가능성있는 ◎◆주식을 조금 갖고있다는건 남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몇만주에 주당 몇천원이라면 이건 얘기가 달라지는거지~~ 문자를 보내고 집안일을 하고났는데 남편한테 부재중 전화가 두통이나 온데다가 확인하자마자 전화가 또 울린다. 너무너무나 가슴떨리고 방방 뜬 그의 목소리..(아아..벌써 미안해지려 한다..) 뭐가 그렇게 많이 있었어?(기쁘지만 너무 기뻐하기도 머쓱하니 기쁨을 잔뜩 참고있는 자상자상한 목소리) 난 파는게 옳다고 봐.(두근두근, 사춘기 청소년의 첫사랑 고백에 버금가는 한옥타브 높은 목소리톤 이였다.)웃음을 참고 참다가 "아..그럴까...그런데, 자기, 오늘 무슨날이지?" 했더니...
한옥타브 높았던 목소리가 갑자기 급강하하며 피곤하고 지친 목소리가 된다. 만.우.절...
몇분의 시간동안 그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대출빚을 갚고..집을 옮기고..아마 로또 당첨되면 하고 싶었던 일의 일부분이 그 짧은 동안에 파노라마처럼 그려졌을터. 나는 꺌꺌대고 웃었지만 그는 속상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여서 어쩌면 내 목을 정말 조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ㅋㅋ지친 남편의 어깨를 좀 펴게 해주고 재미도 있자고 한 거짓말이었지만 너무 급실망하니까 나중엔 정말 미안해졌다. 미안해, 신랑. 내가 그렇게 부자가 아니라서. 근데 있잖아...두고두고 그 한옥타브 높은 자상한 목소리는 기억에 남는다. 혼자 가만히 있다가도 그 생각을 하면 으흐흐흐...하고 웃음이 나오네~~
ps 아인이 백일사진은 무사히 찍었다. 건질 사진이 얼마나 될까마는...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 셀프사진관 공간이 그렇게 좁을줄은 생각도 못했다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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